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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0일 청송군 파천면의 한 밭. 동이 트기 전인데도 불구하고 김 모(58) 씨가 긴 막대기를 들고 밭두렁을 뛰어다닌다. 바삐 움직이는 그의 발끝에서 먼지가 일고, 머리 위를 수십 마리의 직박구리 떼가 휘저으며 날아간다.
"보이소, 저거… 저놈들 눈치가 얼마나 빠른지, 씨 뿌리면 그날로 와서 파묵어뿝니다."
김 씨는 며칠 전에도 팥과 서리태를 다시 뿌렸다. 6월 말경 파종했는데, 새들이 땅을 헤집고 종자를 파먹는 통에 같은 밭에만 벌써 세 번째 파종이다. 손에 쥔 막대기는 허수아비도, 장비도 아닌 그저 사람 손발로 중고차매매 쫓아야 하는 '즉석 도구'다. 새벽부터 해 질 때까지 새 떼를 쫓는 일이 이제 그의 하루 일과가 됐다.
"기계보다 새가 먼저 씨를 뿌린다"는 그의 말은 농담이 아니라 현실이다.
산불의 흔적은 밭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능선에도 선명하다. 잿빛으로 탄 숲은 아직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 장기적금이자 3월 청송에 발생한 대형 산불은 2만 여ha의 산림을 삼켰고, 이곳에 살던 조류들의 터전과 먹이원이 함께 사라졌다. 산딸기, 도토리, 개암나무 열매가 있던 숲이 불타버리자 들새들은 곡식이 있는 밭으로 내려온 것이다.
5월말 청송읍 주택제공 송생리 밭에 곡식을 파종한 후 새떼들로 부터 종자를 보호하기 위해 방조망이 쳐져있다.
이날 청송읍 거대리에서 만난 농민은 블루베리 밭에 아예 그물망을 설치했다. 밭 전체를 덮은 흰색 그물은 마치 커다란 텐트를 씌운 듯했다. 그러나 그물 한 귀퉁이에 5cm 남짓한 틈이 생긴 것을 발견하자 곧장 연장 주택거래활성화 을 들고 달려가 보수에 나섰다.
"그 작은 틈 하나로 새들이 십여 마리가 들락날락합니다. 익은 블루베리는 한 입만 쪼아도 못 팔아요. 포장도 못 하고 버려야죠."
그는 블루베리를 수확할 시기가 되면 이른 새벽부터 밭을 돌고, 해가 지고 나서야 작업을 마친다. 그물 설치 비용은 물론, 유지 관리에 드는 시간과 체력도 고스란 학자금대출연체기록 히 농가의 몫이다.
"사람 일손도 없는데, 조류까지 이러니 참 살맛이 안 납니다."
진보면에서 콩을 재배하는 박모(63) 씨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밭에 가까이 다가서자 수십 마리의 비둘기 떼가 우르르 날아올랐다. 그들은 벌써 수차례 씨를 파먹은 장본인들이다. 박 씨는 "도무지 감당이 안 된다"며 "파종을 몇 번이나 다시 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종자 값은 둘째 치고, 그냥 놔두면 가을엔 거둘 게 없어요. 지금 싸워야 씨라도 몇 알 남깁니다."
조류 피해는 이미 파종기인 5~6월부터 시작됐고 해마다 조금씩 피해는 있었지만 산불 이후 크게 늘었다는 게 농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지금은 수확기를 앞두고 그 피해가 정점을 향해가고 있다. 특히 비둘기, 직박구리, 참새, 꿩 등 다양한 조류들이 몰려들며, 계절과 작물 종류를 가리지 않는다. 문제는 이러한 피해에 대한 대응책이 실질적으로 농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류로 인한 피해는 '조수해(鳥獸害)'로 분류되어 '농작물 재해보험' 적용 대상이기는 하다. 하지만 실제 보험에 가입돼 있는 경우는 대규모 과수나 특수작물 위주다. 김 씨와 같은 일반 밭작물 농가는 대부분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다. 피해는 고스란히 농가 몫이다.
산불피해지역인 청송군 파천면의 한 야산에 불탄 흔적이 남아있다. 산불로 산림이 훼손되면서 이곳에 터를 잡고 살아가던 새들이 먹이를 찾아 농가로 내려와 피해를 입히고 있다.
청송군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산불 이후 조류 피해 문의가 급증하고 있지만, 대응 수단은 아직도 농가의 자구책에 의존하는 수준"이라며 "지역 여건에 맞는 맞춤형 피해 대응책과 생태 기반의 정책적 접근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농민 스스로 온갖 수단을 동원해 버티고 있다. 새망, 반사필름, 폭음기, 깃발, 모형 매까지 동원했지만, 들새들은 점점 더 영리해지고, 효과는 일시적일 뿐이다.
자연이 남긴 생태의 균열은 조용히, 그러나 깊이 농촌을 흔들고 있다. "새 떼로부터 농작물을 지켜라"는 말이 구호가 아닌 현실이 된 지금, 산불피해 지역 들녘에서는 오늘도 새와 사람의 숨 가쁜 하루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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